본문 바로가기

서브페이지 콘텐츠

추천하는 책

어린이의 꿈과 비전을 키우는 꿈공작소

리옹, 예술이 흐르는 도시

  리옹, 예술이 흐르는 도시

저자 : 구지원

출판사 : 삶창

발행년 : 2013

청구기호 : 일반 982.602-구78ㄹ

추천글

엄마의 재봉틀 소리는 내가 잠결에 느끼는 엄마의 존재감 같은 것이었다. 그 소리를 마치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다. 당시, 자신의 두 발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보다 자식 키우는 데 다 쓰일 것이라는 걸 엄마는 알았을까? (중략) 기꺼이 여섯 남매의 신발이 되어온 엄마. 누구나 그렇듯 “엄마”하고 부르면 나도 가슴 가장 깊은 곳이 메어온다. 어려서 나는 머리에 과일을 이고 장사 나가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었다. 커서도 엄마 등을 보는 일은 여전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자식들에게 편안한 신발을 신겨주는 동안 그녀의 아름다움은 오래된 신발처럼 낡아갔다.

“엄마가 늘 그랬던 것처럼 나도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장 가벼운 엄마의 신발이고 싶어요.” 티에르와 에르베, 로랑은 내 엄마의 신발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가 태어난 곳, 영화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는 뤼미에르 형제가 성장한 곳, 그래서 영화의 도시로도 불리는 곳, 프랑스의 리옹을 여행하며 쓴 책이다. 제목만 본다면 여느 유럽 여행기나, 생활기를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는다.

앞서 소개한 글의 한 챕터는 그녀의 인생을 한 조각 뚝 떼어 놓았다. 평생 신발을 만들어온 신발 장인들,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더해 만나며 겪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보들레르가 나를 불렀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보들레르의 시를 원문으로 읽고 싶어 불어 공부를 시작했고 훌쩍 리옹으로 떠났다고 소개한다. 그곳에 머물면서 긴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많은 것들을 사진 속에 남겼다고 한다.

리옹의 전통 인형극 ‘기뇰’의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신발 장인들,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 초콜릿 명가 베르나숑의 역사, 모자를 만드는 사람 등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것이 머무는 곳, 그리고 리옹의 역사적 공간과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마치 함께 여행하는 듯 자세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소개하고 있다.

유명한 곳에 찾아가서 우리가 다 만나지 못하는 그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하고 근사하게 찍은 사진으로 그곳을 소개하고 있다면 나는 큰 감동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작가는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함께 살아가며 그들의 인생에 감동하고 자신의 삶을 꺼내놓고 그렇게 공감하고 나누며 특별히 작가에게 열어줄 수밖에 없었을 그들의 마음을 예술로 그리고 있었다. 작가의 글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저렇게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예술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마음이 들만큼 빠져든다. 리옹이라는 도시에서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그들의 모든 삶이 예술인 것이다. 물론 대단한 문호나 예술가들의 유적지나 장소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작가는 그런, ‘삶 속에 녹여낸 예술’을 훨씬 더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다.